고전적 행정 개념
고전적 행정 개념은 ‘책임’의 문제에 대해 공식적, 계층제적, 법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고전적 행정개념부터 행정국가화 된 국가들의 양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전적 행정 개념 상에서 행정 공무원들은 심각한 정도의 재량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그들은 단지 계층제 상의 상관, 선출된 공직자, 또는 법정에 의해서 설정된 법규, 규칙, 기준 등을 실행에 옮기면 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행정 공무원들이 일반시민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으며, 일반시민들의 의지를 파악하여 이를 정책화하는 책임은 오직 선출된 공직자에 의해서만 가능했습니다.
행정 공무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과 업무수행 역량일 뿐이며, 책임 있는 행정행위는 과학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원칙에 토대를 두고 있었습니다.
행정국가화 현상
20세기의 전반기 동안 전개된 행정국가화 현상은 이러한 고전적 행정 개념의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행정국가"는 광범한 역할을 수행하는 행정체제(정부 관료제)가 공공부문의 운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를 말합니다.
행정국가에서는 거대 정부 관료제가 국정을 주도하며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행정국가화 되기 이전의 행정은 협의의 집행, 관리기능에 제한되었으나, 행정국가화와 더불어 입법부의 기능인 정책결정 기능까지도 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정부 관료제가 질서 유지나 치안 등의 '안정' 유지자의 기능을 넘어서서 '변화'를 유도하는 기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이러한 행정국가화는 산업화의 진행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산업화가 시장경제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나타난 여러 가지의 사회문제들에 대처할 필요성 - 시장실패의 시정, 거대기업의 규제, 산업평화의 유지, 빈부격차의 완화, 환경오염의 저감 등- 이 정부 관료제의 팽창을 가능하게 한 주요 조건을 형성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20세기 전반기에 있었던 두 번의 세계전쟁과 냉전시대의 대두는 국가의 힘이 시민사회를 압도할 수 있는 주요 촉발요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전쟁은 대량살상무기의 등장으로 인해 이전 세기의 전쟁들과 차별화되었으며, 전쟁의 수행과 승리를 위해서는 국가중심적인 총동원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사적인 영역에 대한 정부의 관여 및 개입이 확대되었으며, 전후의 피해복구와 사회재건의 과정을 거치며 국가의 힘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이어서 1960년대 이후 찾아온 대중소비와 대중문화 시대는 급격한 사회변화를 동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는 이전 시대에 비해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나타냈으며, 이는 새로운 사회문제들을 야기했고 사회세력들은 정부에 대해 다양한 요구를 표출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배경으로 국가는 그 역할과 기능을 더욱 확대하였습니다.
개발도상국의 행정국가화
한편, 유럽 및 미국과는 달리, 개발도상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근대화' 또는 '국가발전'을 이루기 위해 정부주도의 산업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이 정부주도의 산업화 전략은 단기간 내에 급속한 산업화를 추구하였으며, 이에 따라 매우 첨예한 사회문제들 - 특히 빈부격차의 확대, 노사대립의 격화, 환경파괴의 증대,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 교통,보건, 교육문제 등을 촉발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된 것도 역시 정부 관료제였습니다.
이처럼 산업화의 추진과 산업화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정부 관료제가 주도함에 따라 개발도상 국가의 행정국가화는 유럽 및 미국을 능가하는 속도로 전개되었습니다.
정부 관료제 통제의 필요성
행정국가화의 진행과 더불어 정부 관료제의 전문성과 권한이 확대, 강화되었으며, 이는 행정 공무원의 재량권 확대를 가져왔습니다.
행정 재량권의 확대는 앞서 설명드린 고전적 행정 개념의 유지가 어렵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행정 재량의 범위에 대해서는 학파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는 행정 재량의 확대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관료제가 이전보다 확대된 재량권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문제에 더 잘 대처하며, 국가와 사회의 관리와 유지에 더 나은 성과를 낸다면, 시민들은 오히려 행정 재량의 확대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 재량의 확대가 기대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함은 물론, 더 많은 문제점들을 발생시킨다고 인식되는 점입니다.
1970년대 이후 정부 관료제를 포함한 공공기관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도는 그 이전 시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